백화점 상품권 5만 원 받으려다, 12만 9천 원을 더 썼다
분명 아끼려고 했는데
배송비를 없애고, 쿠폰을 쓰고, 상품권까지 받았다.
혜택은 놓치지 않았는데 지출은 왜 늘었을까.
작은 돈에는 누구보다 꼼꼼한 우리가
뜻밖의 순간에 지갑을 여는 이야기.
https://itstrend.tistory.com/161
두 번째 이야기 · 백화점 상품권
살 물건들은 다 골랐다!
계획보다 좀 더 썻지만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이제 계산하고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상품권 행사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50만 원 이상 구매 시 상품권 5만 원 증정.’
내가 현재 쇼핑한 총액 41만 원.
설명을 위한 가상 상황이지만, 여기서 시작되는 고민은 낯설지 않다.
‘9만 원만 더 사면 5만 원을 받네?’ 그럼 9만원짜리를 4만원에 사는거잖아.
끝났던 쇼핑이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는 필요한 물건보다 부족한 금액이 먼저다.
딱 9만 원어치만 사기도 어렵다
매장을 한 바퀴 더 돈다.
양말 몇 켤레로는 금액이 모자라고, 마음에 드는 옷은 예산을 훌쩍 넘는다. 적당한 것을 찾다 보니 12만 9천 원짜리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넘지만, 이왕이면 쓸 만한 걸 사야지.’
9만 원만 더 쓰려던 계획은 슬쩍 바뀐다.
모자라서 상품권을 못 받는 것이 아깝다.
처음에는 살 물건이 없어 매장을 둘러봤는데, 이제는 살 이유가 하나둘 생긴다. 오래 쓸 수 있고, 어디에나 어울리고, 이런 건 하나쯤 있어도 좋다.
상품권까지 부족했던 금액은 9만원상품권을 받으려고 추가한 금액은 12만 9천 원이다.
받은 5만 원과 더 쓴 12만 9천 원
| 선택 | 오늘 결제 | 받는 상품권 |
| 원래 고른 물건만 구매 | 41만 원 | 없음 |
| 12만 9천 원짜리 추가 구매 | 53만 9천 원 | 5만 원 |
오늘 지출은 12만 9천 원 늘어난다. 상품권 5만 원은 오늘 결제액에서 바로 빠진 돈이 아니다.
나중에 원래 예정했던 구매에 상품권을 전액 쓴다고 가정하면, 그 가치를 뺀 추가 부담은 7만 9천 원이다. 추가한 물건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잘 쓸 물건을 좋은 조건에 샀다면 만족스러운 쇼핑이다. 다만 상품권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절약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쇼핑을 설명할 때는 받은 혜택이 먼저 나온다.
“오늘 상품권 5만 원이나 받았어.”
더 쓴 12만 9천 원은 그 문장에 없다.

거의 다 채웠다는 생각 목표 기울기 효과
41만 원만 쓰고 나왔어도 필요한 물건은 모두 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부족한 것이 없는 쇼핑이다.
그런데 행사 기준을 알고 나니 9만 원이 모자란 것처럼 느껴진다.
내 쇼핑에는 필요 없던 금액이, 상품권을 받는 데는 필요한 금액이 된 것이다.
이 마음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개념이 ‘목표 기울기 효과’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하다. 보상이 가까워졌다고 느낄수록, 거기까지 가려는 행동에 힘이 붙는다는 것이다.
보상 프로그램

란 키베츠·올레그 우르민스키·위황 정이 발표한 2006년 연구에서는 커피를 열 번 구매하면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실제 카페의 보상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연구에서는 무료 커피를 받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고객들이 커피를 더 자주 구매하는 경향이 관찰됐다.〔1〕
도장을 여러 번 모으는 상황과 하루에 백화점 구매액을 채우는 상황은 다르다. 다만 ‘이만큼 왔는데 조금만 더’라는 마음을 생각해볼 단서는 된다.
상품권까지 남은 금액이 눈에 들어오면, 추가 상품의 필요성보다 기준을 채우는 일이 앞설 수 있다.
내 예산에는 10만 원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행사 안내에는 10만 원만 남아 있다.
같은 금액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상품권을 쓸 계획도 있는가
원래 구매할 물건들을 합쳐 행사 기준을 채웠다면 상품권은 반가운 혜택이다. 구매 시기를 조정해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품권 때문에 물건을 추가했다면 받는 순간뿐 아니라 쓰는 순간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에 살 물건이 정해져 있는가. 그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상품권을 쓰기 위해 다시 물건을 고르게 될까.
행사마다 지급 대상과 사용 조건이 다르므로 실제 안내도 확인해야 한다. 상품권을 쓰러 갔다가 또 계획에 없는 금액을 보탠다면, 처음 생각했던 혜택과 실제 지출은 더 멀어질 수 있다.
행사 금액을 꼭 채울 필요는 없다

계산대로 가기 전, 추가한 물건을 잠깐 따로 놓아보자.
상품권을 주지 않아도 이 물건을 살까?
지금 필요한 물건이고 가격도 괜찮다면 혜택을 챙기면 된다. ‘언젠가 쓰겠지’가 이유라면 원래 고른 물건만 사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장에서는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금액에 가까워질수록 ‘조금만 더’ 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예상보다 지출이 늘어 불안하거나 죄책감이 들어도, ‘그래도 상품권을 받잖아’라며 스스로를 달랜다.
상품권을 받으려고 더 사고, 많이 쓴 부담을 다시 상품권으로 달래는 셈이다.
상품권 5만 원을 포기한다고 내 돈 5만 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품권을 받으려고 12만 9천 원어치를 더 사면, 그 돈은 실제로 지갑에서 나간다. 받은 상품권을 쓰러 갔다가 다시 돈을 보탤 수도 있다.
혜택을 받았어도 지출은 늘어날 수 있다. 상품권 때문에 계획에 없던 물건까지 샀다면, 얼마나 돌려받았는지만큼 얼마나 더 썼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먼저 따질 것은 받을 상품권의 금액이 아니라, 추가로 담은 물건이 정말 내게 필요한지다.
백화점 행사에는 10만 원이 모자라도, 내 쇼핑에는 더 살 것이 없을 수 있다.
다음 이야기 · 크림은 남았는데, 사은품 파우치는 갖고 싶다
〔1〕 참고 자료
Kivetz, R., Urminsky, O., & Zheng, Y. (2006).
「The Goal-Gradient Hypothesis Resurrected: Purchase Acceleration, Illusionary Goal Progress, and Customer Reten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3(1), 39–58.
컬럼비아대학교 연구 소개·논문 초록
논문 원문 PDF
※ 백화점 행사 금액과 쇼핑 장면은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연구는 소비자 보상 프로그램을 다뤘으며, 본문의 백화점 상품권 사례에 대한 연결은 글쓴이의 해석입니다.